아주 늦은 자우림 콘서트 후기

The Music 2007. 1. 9. 17:47 posted by Soulive

벌써 작년이구나.
여자친구님께서 자우림 크리스마스 콘서트 티켓을 구해오셨다.
나 : 헉, 이 귀한게 어디서 난거야?
여친 : 아버지가 인터넷 응모한거 당첨.
나 : 어디 당첨되셨길래? 우리 아버지에게도 한게임 고스톱 말고 가르쳐드려야겠다.
여친 : 디지탈 조선.
잠시 갈등했다.
조선일보의 자회사 디지탈조선이 주는 표를 넙죽 받아서 공연을 본다면
내 평소 생각(조선일보? 딴나라당 꼴통 기관지를 나보고 보라고?)과 위배되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너의 원수를 사랑하라'라는 메세지를 전하신 예수님의 생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닌)인 크리스마스임을 감안하여
조선일보를 궁휼히 여기고 콘서트를 보기로 하였다.



공연장은 광진구에 있는 멜론-악스.





SK의 음악스트리밍 회사인 '멜론'과 일본의 '악스'가 합작해서 만든 공연장으로
쉽게 말해, 멜론이 돈 대고 악스가 기술대서 만든 공연장이다.

공연은 스탠딩과-좌석 이중 체제였는데, 당근 락콘썰인데 스탠딩이어야지.
(사실은, 고맙게도 티켓이 스탠딩 -_-V)



공연장 입구엔 '멜론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었다.





콘서트를 표를 공수해오신 여자친구와 함께 한 컷.
이런 포토존에선 사진을 처음 찍어보는데, 마치 유명인사나 된 듯 하였다.
허나 미숙한 손처리 및 얼굴 표정 관리 실패로 가볍게 얼굴 스탬프 쾅.



잠시 기다린 뒤 공연장 입장. 자리는 거의 맨 앞자리여서 윤아누님의 모공이 보일 듯 하였다.


첫번째 오프닝게스트는 'EX' 바로 그 05년 대학가요제의 파란. 귀염둥이 상미양이 리드보컬인 바로 그 밴드다.
이번에 앨범이 나온다고 해서 홍보 겸, 또 아무래도 자우림과 같은 우먼프론트 밴드라는 점 때문에 오프닝 무대를 맡은 듯 하다.

히트곡 '잘부탁드립니다'와 앨범에 수록될 신곡을 불렀는데, 신곡도 '잘부탁..'비슷한 느낌이었다.
체리필터, 럼블피쉬처럼 발랄함으로 승부할 생각인듯한데,
상미양이 워낙 출중한 외모를 지녔으니 더 큰 성공을 거둘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게다가 쉬는 동안 튜닝이 완벽해져서 데뷔때보다 더욱 알흠답게 되셨으니..


두번째 게스트는 '수염공화국'. 레게를 하는 팀인데 딱 홍대삘. 난 익스보단 이쪽팀 음악이 더 좋았다.
레게 특유의 그루브도 잘 느껴졌고, '쿤타-뉴올리언스'에 비해서도 전혀 꿀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다만 '쿤타'쪽이 좀 빛의 음악이라면 '수염공화국'의 음악은 어둠의 음악.
또, 락공연인지라 아무래도 레게 음악에 다들 당황한 기색.
덕분에 공연장은 약간 다운.
나를 중심으로 반경 5m. 그러니까 시야 확보 거리내에선 아무도 반응을 하지 않고 있었다.
나 혼자만 어깨를 들썩이는 수준.




하지만 가라앉은 분위기는 '자우림'의 등장과 함께 달라가버리고 드디어 본공연 시작.

윤아누님은 유부녀인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아름다우시고,
(죄송합니다 누님, 이상미따위에게 아름답다는 형용사를 붙이다니.)

선규, 진만, 태훈 세 형님도 여전히 발랄하게 놀아주셨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하나-사진을 찍느라 공연을 잘 못즐기는 점.
둘-사진기가 안좋아서, 어차피 잘 안나오는 점.

이상의 이유로 공연장 사진은 다른 잘 찍으신 분의 것으로 대체.









(이상 rockhuh film work의 라커님의 사진이었습니다. 더 많은 사진을 보시려면 블로그에 방문하세요.
사진의 저작원은 당근, 라커님에게 있습니다.)



중간 게스트로는, '슈퍼키드'라는 친구들이 나왔는데. 매우 정신없었다.
대충 흥겨운 힙합+펑크 인데, 신나게 하기 보단 소음으로 다가섰다.
그런데 '수염공화국' 때와는 달리 나혼자만 신나하지 않고, 주변은 모두 흥겨움에 들썩들썩.



이후 공연은 2부와 앵콜로 이어졌고,
처음 짐작하고 예상한대로 앵콜 마지막곡은 '하하하쏭'이었다.
아무래도 이번 6집은 신나는 곡이 적으니, 보통 이런 콘썰의 마지막은 후련하게 끝내는 곡으로 정하지 않나.

이날의 플레이 리스트는 대충.
   1집 : 밀랍천사, 일탈, 격주 코믹스
   2집 : 이런데서 주무시면 얼어죽어요, 아파
   3집 : 매직카펫라이드, 오렌지 마말레이드, 꿈의 택배편, 벌레
   5집 : 하하하쏭, 사랑의 병원으로 놀러오세요, 거지, 17171771
   6집 : You & Me, Good Boy, Oh! Mama, 샤이닝
   보너스 : Hey Hey Hey에다가 멤버 한명씩 각자 캐롤, 김윤아의 검은 고양이 네로까지...

   한두개 정도 빼먹었을 수도 있지만, 대략 저정도...
              (리스트는 랙터님의 Dilettante 블로그에서 발췌)


보통 신작이 발표되면 신작위주의 플레이리스트를 짜는게 보통인데, 이런
우울한 4집의 노래가 없고,
신보인 6집의 음악이 적은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번 크리스마스 콘서트의 특징은 대중성이었다.



크리스마스 콘서트라면 그 타겟이.
1. 평소 그닥 자우림의 열성팬은 아니지만, 노래방에서 자우림 노래 한두개 - 일탈 등 - 을 부를 수 있고,
2. 역시 전 앨범은 아니지만 앨범 한 두장은 소장하고 있으며 - 아마 발랄한 1,3,5 집 정도 -
3.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콘서트를 왠지 봐줘야 할 것 같은 사람
이기 때문에 절대로 (우울한 기조의) 6집 위주로 플레이리스트를 짤 수 없었으리라.


이런 플레이리스트 덕분만은 아니겠지만,
2시간 반 남짓의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엔
'공연 참 잘 봤다'라고 쓰여져 있었다.
물론 내 얼굴에도 그렇게 쓰여있겠지.


Post Script

1. 연정훈에 이어 김형규씨도 데스 노트에 추가.

2, BGM은 발랄한 곡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에 안불러줘서 슬펐던 곡인 'Light Delight'